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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의 겉표지

해커와 화가의 폴 그레이엄이 2001년 4월에 쓴 “Java’s Cover“라는 글을 번역했습니다. 오해가 있을까 싶어 번역 의도를 말한다면, 저자의 자바에 대한 생각과 상관 없이, 외관으로 특정 기술을 평가하는 능력의 중요성에 대해서 동의할 뿐 아니라 이 글을 썼을 당시보다 새로운 기술이 쏟아져 나오는 속도가 훨씬 빨라졌기 때문에 이런 능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입니다. 15년 정도가 지난 지금 자바가 어떤 길을 걸어 왔는지 정리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그 글을 작성해 보기 전에 이글을 먼저 번역한 측면도 있습니다. 이미 누군가가 번역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폴 그레이엄의 글을 탐독하는 사람이 자바 관련된 글을 번역했을리 없다고 단정하고 찾아보지 않았습니다.


이 글은 내가 여러 다른 프로그래머와 자바에서 수상한 냄새가 나는 이유를 나누던 대화를 정리한 글이다. 이 글은 자바에 대한 비평이 아니다. 해커의 탐지 능력(hacker’s radar)에 대한 사례 연구이다.

오랜 시간 동안, 해커는 좋은 (또는 나쁜) 기술을 분별하는 코를 개발한다. 내가 자바를 수상적어 하도록 하는 이유를 찾아서 적어 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읽은 어떤 사람은 전에 작성된 적이 없는 어떤 것을 적어 보는 게 재미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이들은 내가 이해 못하는 것에 대해서 쓰려는 듯 보여 곤경에 처할 거라고 말한다. 그래서,  만약의 안 좋은 상황을 대비해, 내가 여기에 (내가 한번도 써 본 적이 없는) 자바가 아닌 해커의 탐지 능력에 대해 쓰려는 걸 분명히 하고 싶다.


“겉 표지만 보고는 책에 대해 말할 수 없다”는 격언은 타임스지가 구매자 고유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보드지로 된 무지 표지의 책을 팔았던 것에서 유래했다. 당시에는 표지를 가지고 책을 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출판은 그날 이후로 발전했고 오늘날 출판업자들은 표지로 책을 논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만들려고 힘쓴다.

서점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다 보니 이제는 출판업자가 책에 대해서 말하려는 의미를 전부, 어쩌면 조금 더, 이해하는 방법을 익힌 것처럼 느껴진다. 서점에서 죽 때리지 않을 때에는 대부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데, 어느 정도 기술의 표지를 보고도 판단하는 법을 배운 것 같이 느껴진다. 그저 운일 뿐이겠지만, 진짜 저질로 판명난 몇몇 기술에서 날 지켜 주었다.

지금까지는, 자바가 그런 저질로 보인다. 나는 자바로 프로그램을 작성해 보지 않았고 참고 도서도 대충 훑어본 이상은 없지만, 언어로서 그다지 성공할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내 실수로 판명이 날지도 모른다. 기술을 전망하는 일은 위험한 사업이다. 아무튼 얼마나 가치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일종의 타임 캡슐이랄까, 자바가 보기 안 좋았던 이유는 이렇다.

1. 매우 왕성히 과대 선전했다. 진정한 표준은 굳이 홍보할 필요가 없다. 아무도 C나 유닉스(Unix)나 HTML을 홍보하지 않았다. 진정한 표준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대부분의 사람이 알게 된다고 인정되는 편이다. 매력의 강도로 봤을 때 해커의 탐지 화면에는 펄이 자바 만큼, 오히려 크게 보인다.

2. 목표 수준이 낮다. 첫번째 자바 백서에 의하면, 고슬링은 자바를 C를 사용하던 프로그래머에게 너무 어렵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노골적으로 말한다. 자바는 또 다른 C++로 설계된 것이다. C++는 C에 다른 고급 언어에서 몇가지를 아이디어를 취한 언어이다. 시트콤이나 정크 푸드나 패키지 여행을 만드는 사람처럼, 자바를 설계한 사람은 의도적으로 자기들 보다 똑똑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제품을 설계한 것이다. 역사상, 타인이 사용하도록 만든 언어는 안 좋았다. 코볼(Cobol), PL/1, 파스칼(Pascal), 에이다(Ada), C++ 가 그랬다. 좋은 언어는 창조자 자신을 위해 설계되었다. C, 펄(Perl), 스몰토크(Smalltalk), 리스프(Lisp)이다.

3. 동기가 엉뚱하다. 한번은 누군가 사람들이 책을 쓰고 싶어서가 아니고 뭔가 할 말이 있어서 책을 쓴다면 세상이 더 나은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우리가 항상 들은 자바를 만든 이유는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무엇 때문이 아니다.  자바가 썬(Sun)이 마이크로소프트의 토대를 약화시키려는 계획의 일부인 것으로 들었다.

4.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 C, 펄(Perl), 파이썬(Python), 스몰토크(Smalltalk), 리스프(Lisp) 프로그래머는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를 사랑한다. 난 한번도 자신이 사용하는 자바를 사랑한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5. 사용하도록 강요 받는다. 내가 아는 자바를 쓰는 많은 사람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자바를 사용한다. 자금을 지원 받으려면 그래야 할 것 같아서나 고객이 원한다고 생각해서나 관리자에게서 뭔가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똑똑한 사람이다. 기술이 좋았다면 그들은 자발적으로 그 기술을 사용했을 것이다.

6. 요리사가 지나치게 많다. 최고의 프로그래밍 언어는 지금까지 소그룹이 개발했다. 자바는 위원회가 운영하는 것 같다. 자바가 좋은 언어라고 밝혀진다면, 역사상 처음으로 위원회가 설계한 좋은 언어가 될것이다.

7. 관료적이다. 자바에 관한 내 짧은 지식에 따르면,  뭔가를 할 때의 따라야 할 규범이 매우 많다. 진짜 좋은 언어는 그렇지 않다. 좋은 언어는 하려고 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번잡한 일은 줄여준다.

8. 진보적인 것처럼 위장되었다. 썬은 자바가 펄이나 파이썬처럼 일반 대중의 오픈소스 언어 성과인 척 한다. 이것은 거대 기업에 의해 통제되도록 일어난 일일 뿐이다. 따라서 이 언어는 큰 기업에서 만들어진 모든 것이 그렇듯 밋밋하고 투박할 것이다.

9. 대규모 조직용으로 설계되었다. 큰  조직은 해커와 목적이 다르다.  큰 조직에서는 그저그런 프로그래머로 구성된 큰 팀이 사용하기에 적합한(적으도 그렇기 보이는) 언어를 원한다. 이런 언어는 이삿짐 센터 트럭에 있는 속도 제한기 같이 바보들이 큰 피해를 입힐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 해커는 자신들을 펌하하는 언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해커는 정말 힘을 원한다. 역사적으로, 큰 조직을 위해 설계된 (PL/I, 에이다 같은) 언어는 망한 반면, (C나 펄 같은) 해커 언어는 흥했다. 현재의 십대 해커는 미래의 CTO이기 때문이다.

10. 엉뚱한 사람이 좋아한다. 내가 인정하는 프로그래머 대부분은 대체로 자바에 끌리지 않는다.  자바를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정장을 입은 사람이다. 그들이 아는 언어는 다른 사람에게 추천 받은 것은 하나도 없고 언론에서 계속 들은 자바 뿐이다. 큰 회사에 소속된 프로그래머도 있다. 그들은 C++보다 더 좋은 뭔가를 찾느라 혈안이 되어 있다.  단순한 학부생도 그렇다. 그들은 직업을 구할 수 있는 것(면접 시험에 나올 것인가?)이라면 뭐든 좋아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 사람들은 바람이 불 때마다 생각을 바꾼다.

11. 아버지가 위기에 몰렸다. 썬(Sun)의 사업 모델은 두 전선에서 토대가 허물어지고 있다. 데스크탑 기기에서 사용되는 것과 동일한 유형의 싸구러 인텔 프로세서는 이제 서버에서 쓰기에도 충분히 빠르다. FreeBSD는 적어도 솔라리스(Solaris) 만큼 서버용 OS로 적합해 보인다. 썬은 우리에게 고성능 애플리케이션에 썬의 서버가 필요한 것처럼 광고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야후는 썬을 사려고 앞장설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야후에 있었을 때, 서버는 모두 인텔 기기에 FreeBSD가 돌아갔다. 이는 썬의 미래에 좋지 않은 전조이다. 썬이 위기에 처한다면, 자바도 함께 위험해 질 수 있다.

12. 미 국방부가 좋아한다. 국방부는 개발자들에게 자바를 사용하도록 독려한다. 이 사실이 내게는 그 무엇보다 X 같은 신호로 보인다. 국방부는 국가를 방어하는 일은 (돈을 많이 쓰지만) 잘한다. 하지만, 그들은 계획과 절차와 규범을 사랑한다. 그들의 문화는 해커 문화와 반대된다. 소프트웨어에 관한 문제에서 그들은 틀린 답에 손을 드는 편이다. 지난 번에 국방부가 진짜 좋아했던 프로그래밍 언어는 에이다였다.

이 글이 자바를 비평한 글이 아님을 명심하자. 하지만 자바의 표지에 대한 비판이긴 하다. 자바를 좋아하거나 싫어할 만큼 자바를 잘 알지 못하다. 그저 내가 자바를 배우려는데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를 설명한 글이다.

프로그램을 작성해 보지도 않고 한 언어를 무시하는 건 거만해 보일 수 있으나, 모든 프로그래머가 해야만 할 일이다. 세상에는 배워야 할 기술이 너무 많다. 밖에서 보이는 신호 만으로 평가하는 방법을 배워야만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나는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중에 코볼, 에이다, 비쥬얼 베이직, IBM AS400, VRML, ISO 900, SET 프로토콜, VMS, 노벨 네트웨어, 코바(CORBA)를 호기롭게 무시했었다. 정말 구린내가 났다.

자바의 경우엔 내가 틀릴 수도 있다. 자바는 한 대기업이 경쟁사를 해치려고 촉진했고, 주류 청중을 위해 위원회가 설계했으며,하늘에 닿을 정도로 과장 광고를 하고, 국방부의 사랑을 받았음에도 내가 프로그래밍하고 싶어하는 흠 없고 아름답고, 강력한 언어 일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매우 비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