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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조직이 사업에 걸림돌이 될 때, 정렬 함정(Alignment Trap)

회사는 재화나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이윤을 내야 할 사명이 있는 조직입니다. 이윤을 내지 못하는 회사는 본연의 사명을 잘 감수하지 못하는 나쁜 회사입니다. 따라서 회사의 모든 구성원은 회사의 이윤을 극대화하고 지속가능하게 하는데 기여해야 하고 모든 에너지를 그곳에 집중시켜야 하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명제입니다.

이는 IT​ 조직도 예외가 아니어서 대부분의 회사는 IT 조직이 사업에 밀착해서 최적화되어 일하도록 강하게 요청합니다. 사업의  목표를 이해함은 물론이고 사업의 요청에 충실해야 하며 비용 효율화를 달성해야 하고 사업과 방향성이 맞지 않는 일은 금기입니다. 심지어 중장기 R&D도 배부른 짓이고 비현실적인 일이라는 비난을 받기 일쑤입니다.

회사에서는 가볍고 빠르게 일을 처리해서 사업에 날개를 달아 주면서도 비용은 적게 먹고 불필요한 일은 하지 않는 IT 조직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IT 조직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비용을 많이 먹어서 부담을 가중시키고, 느리고, 늘 문제를 일으키고, 알지 못할 변명만 늘어 놓는, 필요악 같은 존재입니다. IT 투자는 늘 밑 빠진 독에 불 붓기 같고, 실력이 없는 것인지 일 안하고 놀기만 하는 것인지, 의심의 골만 깊어 갑니다.

MIT 슬론 경영 리뷰지 2007 가을호에는 “IT의 사업 정렬 함정을 피하는 법(Avoiding the Alignment Trap in IT)”라는 제목의 논문이 실렸었습니다. 이 논문에서 “정렬 함정(Alignment Trap)”이라는 재미있는 개념을 소개합니다.

논문에 따르면, IT로 문제를 격는 회사들이 잘못된 지침에 따라 문제를 진단 합니다. IT를 활용해서 높은 사업 성과를 내려는 회사들은 IT가 사업에 정렬해서 일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는데 저자들이 관찰한 많은 회사에서는 IT와 사업의 모든 요소가 긴밀하게 연계되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만약 이에 벗어날 경우 IT 조직은 부적절하거나 실패했다는 판정을 받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이는 맞는 말이지만 저자들은 이상한 패턴을 발견했는데요. 여러 사례를 관찰한 결과, 사업에 정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IT와 관련된 사업적 성과가 지지부진하기도 하고 오히려 하락 하는 일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IT부서가 사업에 정렬하더라도 사업 성과가 쉽게 좋아지지 않을 뿐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나빠질 수 있다는 거죠.

저자들은 가장 먼저 IT 조직이 사업에 정렬하고자 자원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살펴 보았는데, IT 조직들은 개별 사업의 독특한 필요에 최적화된 최고의 솔루션을 개발했지만, 표준화나 오래된 시스템를 개선해야 할 필요는 무시했습니다. 기존의 복잡한 시스템에 새로운 복잡한 로직을 얹었기 때문에 시스템을 강화하거나 인프라를 개선하는 작업은 더 어려워진 것이죠. 이로 인해 비용은 증가하고 작업 지연이 심해지고 시스템이 파편화되는 바람에 관리자는 관련 사업 부서와 조율하기 힘들어졌습니다.

실랙티브 보험 그룹의 부사장이면서 CIO인 리차드 F 코넬가 “효율이 나쁜  IT 조직은 올바른 사업 목표에 정렬시켰더라도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했다는데 이것이 바로 “정렬 함정”입니다.

저자들은 정렬 함정을 시험하기 위해서 452개 업체의 504 명 사업과 기술 담당 임원들에게 설문을 했습니다. 그리고 설문 결과를 가지고 30명의 CIO와 다른 부장급 리더들에게 깊이 있는 인터뷰를 수행했습니다.

설문에 따르면 단지 18% 만이 회사의 IT 지출이 사업의 우선순위에 정렬되었다고 믿는다며 응답했고, 15%만이 IT 효율이 높은 수준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거의 75%의 응답자가 그들의 IT 조직이 사업에 긴밀하게 정렬되거나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답니다.

다음은 그 설문의 결과를 정리한 도식입니다.

AlignmentTrap

 저자들은 IT 조직과 사업의 정렬 정도를 나타내는 세로 축과 IT 조직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가로 축에 따라 사분면을 만들고 설문에 응답한 회사를 배치했습니다. 그리고 각 사분면에 이름을 부여 했습니다.

IT 조직이 사업에 긴밀하게 정렬하면서도 효율도 높은 회사는 “IT 기반의 성장”, 효율은 높지만 사업에 정렬하지 못한 회사는 “능률적인 IT”, 효율도 낮고 사업에도 별 도움을 못 주는 회사는 “유지보수 영역”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효율이 떨어지면서도 사업에 긴밀하게 정렬된 회사를 “정렬 함정”으로 분류했습니다.

정렬 함정에 빠진 회사는 전체의 11%에 해당 했는데, 이 회사는 평균보다 13% 더 많이 IT에 돈을 쓰지만 회사는 3년 평균 매출이 15% 하락했습니다.

74%의 회사는 “유지보수 영역”에 해당하고, IT 지출이 평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살짝 하락한 평균 -2% 수준이었습니다.

나머지 두 영역은 결과가 무척 좋아서, 8%에 해당하는 “능률적 IT”에 해당하는 회사들은 효율적인 IT 프로젝트 운영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예산 안에서 프로젝트가 수행되고 평균보다 15% 적은 비용을 IT에 쓰지만 매출은 오히려 평균보다 11% 높은  성장을 했습니다.

효율도 뛰어나고 사업과도 긴밀하게 정렬해서 일하는 7%의 회사들은 지난 3년간 평균 매출이 35% 증가했고 비용은 평균보다 6%가 적었습니다.

이 설문 연구를 통해서 역량이 충분하지 않은 IT 조직을 가진 회사가 성급하게 사업에 밀착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도록 했을 때 IT가 오히려 회사의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사업과 분리되었을 때보다도 안 좋은 결과를 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어떤 회사가 IT 역량을 기반으로 경쟁 우위를 점하고 싶다고 하면, IT 부서가 사업에 밀착해서 일하도록 하기 보다는 먼저 역량을 강화하게 하고 나서 사업에 밀착해서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논문은 IT 조직이 비록 사업을 위해 밀착해서 일하지 않더라도 역량이 뛰어나다면 15%의 비용을 절감하고 회사 매출도 11%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므로 섣불리 사업에 최적화해서 일하게 하기 보다는 먼저 역량을 높이는데 투자하는 것을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합니다.

논문에서는 IT 조직을 효율화 할 세가지 방안을 제시합니다.

  • 단순성 강조
    회사는 시스템을 복잡하지 않게 만들어야 합니다. 사업의 개별 요구사항을 빠르게 응급 처방으로 대응하다보면 시스템은 복잡해질 수 밖에 없는데, 사내 표준을 개발하고 정착시켜야 합니다. 이는 기존 시스템을 교체하거나 표준화된 인프라로 대체해야 하는 큰 작업이지만 초기 비용은 나중에 회수할 수 있습니다.
  • “올바른 소싱(rightsourcing)” 능력
    IT 조직은 몇몇 전문 분야에 대해서 외부에서 역량을 조달하는 편이므로 올마른 소싱 능력을 키우지 않으면 안 됩니다. 가장 먼저는 어떤 일을 외부에서 소싱할지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전략의 핵심이거나 회사 경쟁 차별화 요소인 경우는 내부에서 하면서 외부의 값싼 솔루션이나 역량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효과적인 아웃소싱을 위해서는 해당 업무를 먼저 이해해야 하므로 내부에서 업무를 직접 수행하여 업무의 성격을 파악하고 나서 아웃소싱을 해야 합니다.
  • 완결적 책임 구축
    IT 조직이 주어진 예산 안에서 기대하는 결과를 내도록 책임질 수 없다면 효율성은 실현될 수 없습니다. 단순히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되고 조직 변화에 반영해야 합니다. 사업 단위로 IT 조직을 구성하지 말아야 하며 사업의 지나치에 휘둘리지 않도록 제약을 가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대부분 영업 조직의 발언권이 강한 편입니다. 더구나 IT에 대한 이해가 매우 낮아서 사업을 보조하는 수단으로서만 활용될 뿐 회사의 성장을 견인하지는 못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가의 초급 인력로 구성된 팀이나 외주 개발이라는 효율성 낮은 방식으로 사업에 밀착해서 일하고 사업의 요청을 거의 일방적으로 수용하도록 강요받고 있습니다. 그렇지 못한 기술 조직은 공격의 대상이 됩니다. 더 심각한 것은 많은 개발 조직의 구성원들이 이런 환경에 익숙해 있고 개발 조직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이른 구조를 유지하는게 자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IT 기술이 회사의 사업에 중요한 기반이라고 생각하는데 성과가 안 좋은 회사에서는 이 “정렬 함정”에 빠지지는 않았는지 검토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